다시보는 [재일조선인 그들은 누구인가]의 평가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2008.02.23
조회수5334
우연히 2007년 9월 4일자 인터넷 [북 데일리]에 실렸던 학회출간 대중서[재일조선인 그들은 누구인가]에 대한 아래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우리들이 했던 대중서 작업에 대한 제3자의 평가로서 참고할만 하다고 생각되기에, 여기에 그 기사를 인용해 둡니다. 학회원 여러분들께서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김광열-

----- 기사 인용 -----

[북데일리]
한때 세계 4번째 부자로 꼽혔던 기업인 신격호 회장(84). 이 거부(巨富)의 배경엔 그가 단돈 83엔을 쥐고 도일해 일군 기업 ‘롯데’가 있다. 정확히 말해 ‘일본 롯데’로 한국 ‘롯데그룹’은 한일국교 정상화 2년 뒤인 1967년 처음 문을 연다. 근대화를 위해 선진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했던 국가의 ‘기민(棄民)정책’과 재일동포 기업인의 의지가 맞물린 것.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신 회장의 국적. 현해탄을 넘나들며 양국 모두에 일가를 이룬 그는 한국인인 동시에 일본인이라는 점이다. 2003년 기준, 그와 같은 한일 ‘종신(從信) 이중국적자’는 모두 11명.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이 일본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국내에서도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받은 것은 국가에 이바지한 공로가 인정된 이례적인 특혜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100만에 달하는 재일동포는 어디에 적을 두고 있을까. 알고 보니 그 중 상당수가 무국적자로 앞의 11명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헌데 이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우선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할지조차 애매하다. 뭔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역시 책 속에 답이 있다. 한일민족문제학회(http://www.kjnation.org)에서 엮은 <재일조선인 그들은 누구인가>(삼인. 2003)가 바로 그것. 정치에서 문화까지 다방면의 ‘재일통’들이 뭉쳤다. 이로써 학회장 김광열을 포함한 15인의 회원은 각자의 분야에서 무국적 이산(離散)민인 재일조선인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친절하게도 이 책은 먼저 ‘재일조선인’의 범주를 짚어준다. 이는 그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 최우선시 되어야할 일로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현재 일본에서 조국의 국적을 유지하며 ‘특별 영주’ 자격으로 거주하고 있는 동포(해방되기 전부터 일본에서 생활했던 1세와 그 후손)와 일본 국적으로 전환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한민족이라는 의식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총칭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재일조선인’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조선적’ 모두를 포함한다. 필요에 따라 편을 가르는 우리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이중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조선적’을 가진 무국적 재일동포. 이들에 대해 한일 양쪽 대부분이 ‘조선적’은 곧 ‘북한 국적’이라고 잘못 이해하는데서 기인한다.

사실은 다르다. 이 무국적자들의 ‘조선’은 ‘조선인민공화국’의 그것이 아닌 분단 전, 나아가 일제강점기 전의 우리 땅이다. 달리 보면 이들이야말로 통일된 조국을 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편견과 몰이해의 현실은 이들을 배척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노동력 착취를 목적으로 한국인을 강제징집해 재일조선인을 탄생시킨 일본의 경우를 보자.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흉흉해진 민심을 잡기위한 희생양으로 1만 명에 달하는 조선인 학살을 조장한 정부의 태도는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일본내각과 법무당국은 보상은커녕 대(對)한, 대(對)북 외교 전략에 이들을 이용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이에 호응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 또한 일반인들의 인식도 차별에 한몫하고 있다. 결국 이 모두는 어렵게 조국으로 돌아온 재한 재일동포마저 반쪽발이 취급하며 도로 내몬다. 단적인 예로 1999년 12월 재외동포법이 재정되기 전까지 재일동포는 비(非)거주자로 분류돼 신분 증명조차 할 수 없었다. 이 판국에 국민의 권리는 말할 것도 없다.

애석하게도 이는 차별의 일부일 뿐. 양국의 폭력은 한 권의 책만으로도 상당한 분량이다. 반면 희망적인 내용도 있다. 일본 내 재일조선인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더욱이 과거 유명 운동선수나 연예인 일부가 이끄는 일시적 효과가 아닌 전체적, 점진적 상승이라 더욱 반갑다.

이는 재일조선인의 삶이 반쪽짜리가 아닌 두 가지 문화를 섭렵한 장점으로 부각됐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이들이야말로 글로벌 시대에 대비하는 이상적인 모델이다. 다만 여전히 우리의 의식은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하다는 점을 명심하자. 때문에 책 속의 한 문장이 시사하는 바는 통렬하다.

“결론적으로 재한 재일동포는 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이광준 시민기자 yakwang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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