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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회장 취임 인사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2026.04.06
조회수55

제국과 대륙, 현해탄을 가로지르는 복안적(複眼的) 탐구의 새 지평


존경하는 회원 및 동료 연구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00년 초여름, "국가와 민족의 관계에서 빚어진 숙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출범했던 우리 한일민족문제학회가 어느덧 사반세기의 역사를 넘어 새로운 도약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전환기에 제12대 회장직을 맡게 되어 무한한 영광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당초 계획보다 인사가 다소 늦어졌습니다만, 그만큼 더욱 내실 있고 활기찬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이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첫째, 시대적 흐름에 걸맞은 '재일한인 연구 융합의 터전'을 확립하겠습니다. 재일한인 연구는 이제 역사학을 넘어 문학, 사회학, 정치학, 법학 등 분과 학문의 경계를 허물며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동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이를 온전히 담아낼 '그릇'이 부족한 것이 오늘날 학계의 실정이기도 합니다. 우리 학회는 시대적 요구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치열한 학문적 성찰로 시대의 고뇌에 답하는 독보적 플랫폼이 될 것을 지향하겠습니다. 우리 학회만이 가진 고유한 역량을 결집하여 의미 있는 변화를 견인하는 학술적 가교로서 제 역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둘째, 공간과 학문 분야의 벽을 허문 '복안적(複眼的) 탐구'를 연구의 기조로 삼겠습니다. ‘민족’ 연구는 현해탄 건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반도 너머 대륙의 광활한 대지 위에도, 개념과 실체가 교차하는 '제국'이라는 공간 속에도, 그리고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이웃의 삶 속에도 존재합니다. 우리 학회는 이러한 지리적·역사적 확장을 학문적 다각화로 연결하는 복안적 시각을 견지하겠습니다. 이는 독립투쟁이나 강제동원의 역사적 실체를 밝히기 위해 평생을 헌신해 오신 선생님들의 숭고한 연구를 소중한 자양분이자 터전으로 삼아, 그 위에 학제의 집을 짓는 일과 같습니다. 이 단단한 토대 위에서 여러 학문의 역동적인 공존을 실현하고, 경계를 가로지르는 담론이 분출되는 공론장을 일궈내겠습니다.


셋째, '존중의 전통' 위에서 신진 세대와 함께 다음 사반세기를 설계하겠습니다. 여태껏 우리 학회는 여러 층위의 연구자들이 편견 없이 어우러지는 성숙한 공동체로 성장해 왔습니다. 특히 일찍부터 경계에 선 연구자들을 편견 없이 품어주었던 우리 학회만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가겠습니다. 그 지지 속에서 학문적으로 성장해온 연구자로서, 이제는 그 발판을 후배 세대를 위해 더욱 넓히고자 합니다. 신진 학자들이 선배 세대의 연구를 밑거름 삼아 새로운 감각으로 민족 문제를 해석해낼 때, 우리 학회는 비로소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동료 연구자 여러분, 우리 학회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일과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는 일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습니다. 여러분이 일궈오신 숭고한 연구의 터전 위에, 냉철한 지성과 뜨거운 문제의식을 더해 우리 학회의 두 번째 사반세기를 함께 설계해 나가겠습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과 변함없는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3월 한일민족문제학회 회장 김웅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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